2006년 06월 19일
유령인명구조대
유령인명구조대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중앙
자살한 네 사람의 영혼이, 천국에 가기 위해 신의 임무를 받아 이승의 자살하려는 사람들 백 명을 구조하는 이야기.
-왠지 줄거리만 들어도 아 참 좋은 소설일 것 같다, 는 느낌이 오지 않나요; 그 느낌 그대로 <좋은> 그리고 <착한> 소설이다. 읽는 이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상냥하고 따스한 <의도>를 지닌 이야기 말이다.
'구조대원' 복장을 입고 다니는 유령들에 대한 상상도, 실제로 유령이 현재의 인간들에게 끼칠 수 있는 범위 설정도 - 예를 들면 생물은 투과할 수 있고, 사물은 투과할 수 없으며,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상자에게 외침으로써 '그렇지만 ~~~라면?" 정도의 작은 심경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참신하고 흥미롭다.
설마 백 명 다 보여주긴 힘들었겠고 그래도 작가가 될 수 있는 한 여러 케이스를 보여주는데, (이 세상의 '그냥 평범한' 자살기도자들의 이유과 성격, 환경 등을 그렇게 다각도로 구상해 내는 작가의 능력은 둘째 치고라도,)여하간 세상에는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 사람은 정말 죽는 것밖에 도리가 없겠구나, 생각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가 사실은 자살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 이라는 게 중요하다. 주인공 네 명도 제각각 독특한 성격의, 서로 다른 자살 이력을 가진 사람들인데, 자살기도자 1백 명 가운데 그들과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낼 때마다 슬퍼하고 동요하지만, 결국 그 사람이 구조되고 치유되는 걸 보면서 그들 역시 안정을 찾는 것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리는 결론은, 결국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총을 들이댄 것도 아니고, 괴물이 덮치고 있는 것도 아니지. 그런데도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어. 정신이 죽음의 방향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야. 모든 것은 이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 낸 거야. 이것은 마에지마뿐만이 아니야.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문제는, 사실 마음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말인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치고, 자살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이 점만 생각해 봐도 이 소설의 <대중성>을 미리 알 만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하루에서 몇 번이나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자살기도자들 중에 내 케이스도 있었다. 그 사람이 구조받는 과정을 보면서는 나도 힘이 들었다. 옛날이 생각나서 약해져 울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또 기쁘고 뿌듯했다. 내게는 그 시기를 잘 이겨냈다는 '자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지금 당장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그 과정을 힘들게 극복해 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얘기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질리지 않는다. 왜일까, 생각해 보면, 역시 진실성 때문이 아닐까. 자살기도자들의 고민에는 이 사회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읽다 보면 나 자신의 번민에 대해 이 책의 작가가 상담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조 작업 역시 치밀하고 열정적이다. 그런 진실됨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중간 중간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본 듯한 유치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엑기스 부분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처음에 얘기했던 <의도>를 중시하고 싶다 나는. 글을 읽는 걸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아키라가 교실을 나가고, 교무실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그의 진가를 모르는 어른에게 꾸중을 듣기 위해. 진짜 폭력에 휘둘리기 위해.
힘내라, 라고 유이치는 꿈을 좆는 소년에게 말했다. 주위가 무슨 말을 하든,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너는 훌륭한 사람이다. 마음에 남은 그 상처는 네가 열심히 노력해 빠져나온 증거인 것이다. 너의 인생은 앞으로 더욱 강하고 따스한 음악의 연주를 계속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경솔하게 보이는 것은 네가 겉 혹은 속, 둘 중 한쪽만 보기 때문이야. 너는 중간을 보지 않아. 타인에게 나쁜 면을 보면, 그것이 모든 것이 되어 버려. 자신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공격하는 거야. 그런데 인간은 흑백논리로만 판단할 수는 없어. 인간은 회색의 다면체거든.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중간이라는 게 있어. 불안정해서 싫을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바라봐. 좋은 사람이기도, 나쁜 사람이기도 한 너의 친구를. 따스하면서 심술궂은 네 자신을."
"어린 시절, 할아버지한테 들은 말이야. 어떤 일도 중간에서 내던지면 안 돼. 결과는 어찌 되어도 좋으니, 마지막까지 마무리 지으라고.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건 인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우리들은 죽을 때까지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닐까. 언제 극락왕생 하는가는 신이 결정해 주겠지. 그것까지 우리들이 책임질 필요는 없겠지. 어려운 문제 따위는 생각지 말고, 그저 이 세상에 있으면 그걸로 족하지 않을까."
"이 세상에 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말이야. 살아 있을 때의 내 자신도 마찬가지였어.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미래야. 앞으로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지. 그렇지만 그 누구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어.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도 보기 좋게 빗나갔잖아.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이상, 모든 절망은 착각이라는 거야."
# by | 2006/06/19 11:00 | 느낀대로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유령인명구조대-다카노 가즈야키
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13계단을 쓴 작가의 또 다른 소설. 그러나 추리물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오해하지 말기를!(뭐 제목을 보면 오해할 수도 없겠지만) 오히려 '치유계'라고 할 수 있다. 자살한 사람들이 또다른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구조해내는, 그러면서 스스로의 마음도 치유하여 성불하는 이야기이다. 유치한 컨셉이지만 아무래도 우울증인지 뭔지에 허덕이던(지금은 좀 소강기랄지......more
... 마나 사랑하는지. 여기에 나오는 104명의 상처입은 사람들이 반짝반짝해서 펑펑 울었다. 관련글http://quark.egloos.com/1385911http://jeyeons.egloos.com/2125819 ... more